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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스러운 출산을 이겨내고 아이를 품에 안은 기쁨도 잠시, 출산 후의 산모들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몸으로 신생아를 돌보아야 한다. 처음 해보는 육아로 정신없이 지내다 보면 몸 이곳저곳에 통증이 찾아오는데, 특히 손목 통증은 초산모의 약 80%가 경험할 만큼 흔하게 나타나는 통증이다.
손목이 ‘욱씬’, 겪어본 사람만 아는 고통
출산 후의 손목 통증은 손목이 시리거나 힘이 빠지고 손목 관절이 삐걱대는 것 같은 느낌 등으로 시작해 한순간에 악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심해지면 손목에 통증과 함께 열감이 느껴지고, 가벼운 물건을 잡는 것조차 어려워지는 경우도 있다.
우리의 근육과 뼈는 힘줄로 연결되어 있다. 건초는 힘줄의 움직임을 매끄럽게 하고 움직일 때 마찰로부터 힘줄을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산후 건초염의 대부분은 엄지손가락에서 손목에 걸쳐 통증이나 붓기가 생기는 '드퀘르벵 건초염'으로, 손목 엄지 쪽에 있는 건초와 이를 통과하는 힘줄에 염증이 생기는 것이다.
산후 손목 건초염이 생기는 이유는?
출산 후 산모는 임신 기간을 보내며 약해진 근력으로 약 3kg의 아기를 안고 수유, 목욕, 재우기 등을 매일 장시간 하게 된다. 특히 초산모는 아기를 안는 데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힘이 들어가 손목을 필요 이상으로 혹사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신생아는 성장 속도가 매우 빨라 하루에 약 25~30g씩 몸무게가 늘어난다. 쑥쑥 늘어나는 아기의 몸무게는 엄마의 손목에 가는 부담을 점점 늘려 손목 건초염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여성 호르몬의 영향도 있다. 산후에는 출산 시 커진 자궁이나 골반을 원래대로 되돌리기 위해 '프로게스테론(황체호르몬)'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돼 전신에 영향을 미친다. 호르몬으로 인해 건초가 수축한 결과 건초염이 생기기 쉬워지는 것. 이 호르몬의 영향은 산후 3~4개월에 걸쳐 지속할 수 있으므로 이 시기에 건초염이 심해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괴로운 건초염, 어떻게 치료할까?
가장 즉각적으로 통증을 더는 방법은 손목 부위를 냉찜질하는 것이다. 육아를 중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지만, 가족 등의 도움을 받으면서 정형외과를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통증을 참고 계속 무리해서 손목을 사용하면 증상이 악화하고 치료가 점점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증상이 가벼운 경우, 약물치료와 물리치료, 손목고정대 사용 등으로 회복되지만 심한 경우 스테로이드 주사를 사용하기도 한다. 단, 모유수유를 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해 치료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
박혜선 하이닥 건강의학기자